본문 바로가기

일상, 생각, 경험/그냥 얘기

신입 데이터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취업했다.
저번 주 초에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쏘카라는 회사에서 데이터팀의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다.
가고 싶던 곳이라 매우 기쁘다 :)

여러모로 화두의 기업이 된 쏘카. 그곳 맞다.

여기에는 입사하게 된 과정과 짧지만 내가 생각해본 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1. 과정

작년 12월, '프로그래머스 머신러닝 잡페어' 에서 공고를 처음 보았다.
쏘카는 '데이터 분석가'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군을 채용하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최종 면접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위부터 순서대로)

  1. 프로그래머스 과제(대회)
  2. 전화 면접
  3. 실무 면접
  4. 임원 면접

12월 시작부터 했고 채용은 2월 말에 됐으니 대략 3개월 좀 안 되는 프로세스였다.
나는 사실 중간에 연락이 안 와서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기다리니까 하나씩 연락이 오더니, 면접 일정을 협의하고.. 쩌다 보니 최종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데이터 분석으로 직군을 생각했으나, 전화면접 때 면접관님이 데이터 엔지니어 직군도 있다고 소개해주셨고, 해당 직군도 내게 가능성이 있으니 고려해보라고 하셨다. 마침 엔지니어로 갈 생각이 있었으므로 나는 고심 끝에 데이터 엔지니어로 지원하였다.
참고로 해당 팀은 엔지니어가 더 소수이고, 내게는 데이터 엔지니어 관련한 이력이 없다.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도전이나 해본다는 생각으로 지원한 거다. 면접에 가면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에는 어떤 질문들이 들어오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면접관님들에겐 죄송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내가 준비해나갈 방향을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었다. 내가 붙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이외 채용 프로세스는 대외비인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다가 따로 적지는 않겠다.


2. 준비한 것

사실 나는 따로 준비한 게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 엔지니어 직군을 위해 뭔가 이력을 쌓은 게 없다.
특히나 대기업이 아닌 IT 스타트업들은 이런 이력이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배민', '야놀자'와 같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이름 있는 스타트업은 더 그렇다. (애초에 신입을 잘 안 뽑기도 하고..)

그래도 면접이니 뭔가를 준비해 간다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그나마 내가 한건 다음과 같았다.

  • 해당 회사의 서비스 파악
    • 적어도 그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회사 공식 홈페이지와 최근 기사들을 몇 개 읽어서 정리했다.
  • CS(Computer Science) 지식 빠르게 리뷰
    • 이전에 포스팅한 '빽 투더 기본기' 를 다시 보며 회고
    • 면접 질문에 나올만한 Q&A 형식을 나름대로 만들었다.
    • 물론 모든 내용 커버 못한다.
    • 운영체제 > 자료구조 & 알고리즘은 전반적으로 큼지막하게 다 봤다.
    • 네트워크와 DB는 면접 질문 위주로 공부했다.
  • 이력서 remind up
    • 내 이력서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훑어봤다.
    • 프로젝트 관련은 항상 기간, 목표, 내가 한 일, 결과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정리했다.
    •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개연성이랄까? 내 행동의 근거와 당시 생각을 정리했다.
    • 사실 이런 건 평소에 글을 올리며 생각했던 거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직장에 대한 나의 우선순위
    • 이건 아래에다 따로 적겠다.
  • 면접 기본
    • 1분 자기소개
    • 회사 지원 동기 및 하고 싶은 일(커리어)
    • 나의 장점, 단점
    • 입사 후 해보고 싶은 것 (관심, 포부)
    • 사실 면접 기본은 구글링 하면 금방 다 나온다.

위에 2개, CS 지식과 이력서 remind-up 은 그냥 하면 되는 부분이다.
아래 2개, 직장에 대한 나의 우선순위와 면접 기본은 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써볼까 한다.

1) 직장을 고를 때 나의 우선순위

직장이라는 곳은 내게 의미가 크다.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내가 자아실현하는 곳이기도 하니깐.
따라서 좀 생각을 신중히 가지고 내가 원하는 직장에 가고 싶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원할까?
사실 여기에는 '일'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 스타일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하나씩 고민해보았고, 나름대로의 우선순위를 매겨 정해보았다.

  •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과 문화가 있는가?
    • 사내 스터디, 도서비 지원, 기술 블로그 등 '함께' 공부하며 공유하는 문화
    • 이런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동료들
    •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이라 믿는 회사
    • 보통 회사 멤버가 외부에 공유한 자료들, 회사 복지에 잘 드러남.
  •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인가?
    •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 혹은 고도화된 기술을 만들어내거나.
    • 이 둘 다면 제일 좋고.
    • 산업 자체가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여야 하는 건 당연.
  • 연봉
    • 내가 받고 싶은 최소 금액은 있었다.
    • 이력서에 희망 연봉을 올려둠.
  • 환경, 위치
    • 이건 Optional 한데, 그래도 뭐.
    • 가까우면 당연히 좋다.
    • 출퇴근 시간 정해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 사내 라운지가 있어서 거기서 일해도 뭐라 안 했으면 좋겠다.
    • 사내 커피포트랑 얼음 정수기가 있으면 좋겠다.

이 우선순위는 회사 지원동기에 적극 활용됐다.
나는 직장을 선택할 때 이러한 기준이 있는데, 이러한 기준에 이 회사가 딱 맞다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이런 식이다.

2) 나의 장단점

1분 자기소개나, 지원 동기는 생략하고 나의 장단점만 간추려보려 한다.

장점

  • 설명 혹은 배운 걸 공유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글 쓰는 능력(블로그)
    • 내 성장과 타인의 성장 둘 다 도모하려고 함.
  • 원하는 분야가 생기면 능동적으로 끝까지 공부해보려 함.
    • 부스트 코스, 인프런 등의 인강 기록.
  • 컴퓨터 공학 기본기로 다져져서, 어떤 기술이든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것.
  • 협업 시에 일이 즐거워짐. 따라서 업무효율도 올라감.
  • 내 분야 외에 근접한 분야에도 조금씩 관심이 있음.
    • 머신러닝. 분석. 그로스 해킹 분야라던가. 기획.
    • 새로운 인사이트나, 폭넓은 시야 혹은 대화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
  • 네트워킹 자리나 술 좋아해서,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질 기회를 만들 수 있음.

단점

  • 한 장소에서만 계속 집중을 못한다.
    • 그래서 일할 때,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일을 한다.
  • 장기 목표를 잘 못 세우고, 목표가 없으면 좀 게을러진다.
    • 10년 뒤에..? 이런 거에 대한 생각 잘 모르겠고.
    • 그래서 단기 목표 위주로 세우고 점검하려고 하는 편이다.

당연히 장점은 최대한 근거가 있는 것 위주로 먼저 말해야 한다. 나에겐 블로그가 그 수단이 되었다.
(실제로 면접장에서 블로그 실시간으로 보여드렸다...)
반면 단점은 짧고 명확하되 커버 가능한 단점이어야 한다.
나는 한 장소에서만 계속 집중을 못해서 카페나 라운지가 있으면 좋은데, 여기 사내에는 라운지가 있으므로 그 장소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3) 입사 후 하고 싶은 것

  • 빠르게 내가 서빙하고 있는 코드를 다 리뷰해보고 이해하는 것
  • 사내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

이건 그냥 진짜 내가 하고싶은 것만 적었다.
따로 정답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3. 내가 준비하지 못한 것

한편 내가 준비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1) 코워크의 경험

이건 사실 면접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가게 됐다.
코워크의 경험이라 하면,

  •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
  •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 그때 갈등이 있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 결과는 있었는지

역시나 어떻게 갈등이나 조직문제를 해결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보는 거 같다.

나는 준비를 못한 채라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생각했다.
대학생활 때 했던 페스티벌 기획 동아리 이야기를 꺼냈다.
다양한 사람들 20명을 팀의 부팀장으로서 운영했는지, 팀 내 역할을 줄 때 어떤 식으로 주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MBTI, DISC, 애니어그램 등 사람 파악하는 테스트를 좋아해서, 이런 걸 팀원들에게 자주 써먹고, 팀원들을 파악하려 했다.)
준비 안 한 게 여지없이 드러나긴 했지만, 여차여차 말할 수는 있었다.

2) 직무를 위한 준비

알고는 있었다. 내 이력은 대부분 '시각화'나 '분석' 등 특정 직무에 대한 것보다는, 굉장히 러프한 느낌의 프로젝트들이었다. 그리고 엔지니어 특성상 이런 게 별로 도움 안된다는 거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차여차해서 마지막 임원 면접까지 갔는데, 면접관님이 마지막에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데이터 엔지니어 직무를 위해 어떤 걸 준비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난 내 이력에 있는 거 + 평소 공부하던 것 등등 잘 섞어서 말했다. 이 모든 게 데이터 엔지니어 그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러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건 지금까지 하신 일을 직무에 대한 노력으로 포장하시는 것 같습니다.

허를 찌르는 답변이었다. 너무 맞는 말이었다.
이래저래 나를 설명하던 모든 것들이 벌거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웠다.
마지막으로 하신 질문이라 더 그랬다.

나는 면접관님 말씀이 맞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다만, 하나만 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의 여정 끝에, 이제 나는 데이터 엔지니어로로 공부해나갈 준비를 마쳤다고.
부끄럽지만 정말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4. 마무리

나는 전화 면접을 봤을 때도, 말을 어버버 했기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붙었다.
실무 면접에서도, 면접관님이 거의 다 가르쳐주시듯 도와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불합격이라 생각했다. 근데 붙었다.
마지막 면접에서도, 면접관님의 저 마지막 질문에 아무것도 없는 나를 보여드렸기 때문에, 나를 뽑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붙었다.

나는 한번도 내가 붙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정말 어떻게 붙은 건지 모르겠다. 어벙벙하다. ... 감사하다.
더군다나, 가고 싶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하튼 나는 내 첫자리를 찾았고, 이제부터 여기에 몰두해볼 예정이다.
블로그의 글들도 이제 사뭇 달라지겠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 같다.

 


[2020-08-14]
쏘카의 데이터 그룹 상시 채용이 열려있습니다 ㅎㅎ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페이지를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