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S 부트캠프를 마지막으로, 조금은 참담하게 끝이 났다.
솔직히 올해 안에 취업할 줄 알았는데, 안돼서 좀 서글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쉬운 게 하나 없다.
일단, 올해는 이렇게 끝이 났다. 채용공고가 내년 상반기는 돼야 올라올 테니...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지금 이 시점에서, 지난 내 1년간에 무얼 했고, 무얼 느꼈는지, 나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그냥 하나씩 넋두리처럼 정리해보려 한다.
1. 8 학기 생
작년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난 4학년이었고, 내가 극혐 하는 일반물리랑 정수론 + 졸업 프로젝트 + 취업준비로 정신없던 때였다.
다른 건 다 최소화하고 코테 준비에 최대한 몰입하고 있었다.
여자 친구에겐 정말 미안했지만, 데이트도 카페에서 같이 공부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웃긴 건, 나름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정말 몇 개의 기업에만 지원했다.
삼성 리서치, 카카오 정도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 떨어졌다. 그것도 코딩 테스트에서.
대회급 난이도가 아니었어서 잘만하면 나도 풀만한 문제들인데, 못 풀고 나오니까 일단 자존심이 엄청 상했다.
카카오야 원래 어려운 건 알았지만, 삼성 코딩 테스트를 한 문제도 제대로 못 푼 게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2. 카카오에서의 인턴
그러던 중, 11월 말이었을까. 카카오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가 학교 취업 게시판에 떴다.
솔직히 합격할 거라고 별로 기대 안 하고 지원했는데, 어쩌다 보니 최종 합격이 되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2호선 집 오는 길에 날아온 메일.
언젠가 꼭 일해보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이미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종강하자마자, 바로 출근했다.
심지어 내가 일주일 늦게 출근한 거였다.
다른 인턴 동기들은 이미 일주일 전에 시험이 끝났다고 한다.
내가 있던 부서는 추천기술 팀이었는데, 서비스단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가지고, 추천 엔진을 만들어 추천 결과를 내보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팀이었다.
덕분에 나는, 카카오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서비스 데이터들을 직접 보고 다룰 수가 있었다.
진짜, 이런 경험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한 달 동안은 3명이 팀이 되어, 추천기술 고도화를 위한 A/B 테스트 실험을 진행했다.
추천 관련 논문을 읽고 적용해볼 만한 걸 기존 사내 기술에 활용해보는 방식이었다.
이후에는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할 프로젝트 목록을 주었는데, 난 이 중에서 데이터 분석을 선택해서 두 달 정도 진행했다.
내가 데이터 분석을 고른 이유는, 분석에 기반한 실험 방향 설정과 데이터를 다루는 스킬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즉, 뭘 하든 일단 분석을 할 줄 아는 능력은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름 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사내에 있는 데이터 분석 사례들도 살펴보고, 팀 내 데이터 분석하시는 분에게도 많이 여쭤봤다.
책도 따로 사서, 퇴근 후에 카페에서 읽곤 했다.
퇴근 후 바로 집에 간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내 인턴 동기들은 머리도 좋고, 학력도 좋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아무튼 서비스 로그 분석에 따른 서비스 특징과 CTR 감소 원인에 대한 발표를 총 3번 정도 했고, 최종 평가 이후 결과적으로 나는 정직원 채용에 합격하지 못했다.
진짜 많이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남은 거라면, 데이터 분석에 조금이라도 눈을 떴다는 것.
1억 개의 로그 데이터를 파이썬에서 분석할 때 생기는 이슈들을 직접 경험해본 것,
판다스와 시각화를 이제 나름 자유자재로 할 줄 안다는 것.
데이터 분석에서 스토리라인과 전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 것.
내가 꼭 일해보고 싶던 회사에서 조금이나마 일해볼 수 있던 것.
다시 생각해도 아쉽지만.. 값진 3개월이었다.
특히, 공부하면서 최규민님 블로그를 많이 보면서 감탄했는데, 이 분이 같은 팀 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자신의 일상을 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하여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으며 소소한 재미를 얻어가는 글들을 이 분 블로그에 꽤 있는데, 내가 추구하는 취미? 일상? 이랄까... 아무튼 일종의 내 롤모델인 분이었다.
아무튼 이런 분이 같은 팀에 있다는 게.. 카카오는 좋은 회사다.
3. 개인 공부, 삼성 리서치, 네이버 데싸 컴피티션
카카오 인턴이 끝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던 거는 좀 쉬는 거였다.
낮에 좀 잘만큼 자고, 아무 생각 안 하고 맘 편히 있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1~2 주일 정도는 쉰 거 같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얼마나 편히 쉴 수 있었을까.
이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단 동네 스터디 카페에 자리 등록을 했다.
평소 하고 싶던, 또는 해야만 하는 공부를 하나씩 해나갔다.
해야만 하는 공부는 코딩 테스트와 전공 기본기였고, 하고 싶던 공부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공부였다.
마침 이때 두 개의 기폭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삼성 리서치 상반기 채용 공고였고, 다른 하나는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주최한 데이터 사이언스 경진대회였다.
나는 타임 테이블에는 40:30:30 정도의 비율로 코테:데이터 분석(통계, 머신러닝 등):개인 프로젝트로 계획을 구성했다.
코테는 프로그래머스나 백준 저지에 있는 문제들을 하루에 3개씩은 푸려고 했던 것 같다.
데이터 분석 공부는 네이버에서 준 강의목록을 하나씩 들으며 블로그에 정리했다.
개인 프로젝트는 따릉이 EDA 블로그 연재와 Vue.js + Mongodb 를 이용한 웹사이트 만들기를 했다.
이 3개만 하며 지낸 것 같다.
이번 삼성 리서치 채용에서는 코딩 테스트를 가볍게 2문제 모두 다 풀어냈었다.
그리고 최종면접이라는 걸 처음으로 가보았는데, 여기서 탈락했다.
직무면접도, 창의성 면접도 나름 선방했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임원면접에서 막힌 것 같았다.
면까몰이라지만... 면접 직후 애매한 느낌이면 떨어지는 게 맞나 보다...
아무튼 면접까지 처음으로 가보았으니, 좋은 경험한 셈 쳤다.
네이버 데싸 경연대회는 본선까지 올라가, 춘천에 있는 커넥티드 연수원도 가보게 되었다.
작년 해커톤 때 처음 가봤으니, 거진 1년 만에 다시 찾는 거였다.
본선 주제는 주어진 금융 데이터에서 어떤 식이든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거였다.
나는 주가 데이터를 가지고, 최적의 페어 트레이딩 찾아내어 괜찮은 수익률을 만드는 모델을 만들어보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3주 내내 고생한 게 아깝기는 했지만... 정말 금융 데이터는 답이 없었다.
하긴... 내가 3주 한다고 뚝딱 만들어질 거였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좀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한 거 다시 보는 게 너무 질려버려서, 제출 조차 안 했다.
여기까지가 상반기였다.
4. 분석 커널 샘플 알바 겸 취준
네이버 최종 제출 날이 다가올 무렵, 블로그 게시물에 어떤 댓글이 달렸다.
따릉이 EDA 관련 포스팅에 달린 댓글이었다.
자기는 어떤 회사 부장으로 있는 사람인데,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들이 자기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연관이 좀 있어 보인다고, 혹시 잠깐이라도 같이 일해볼 생각 없느냐는 거였다.
나는 데이터 분석, 시각화에 관련된 거라면 관심이 있다고 했고, 며칠 뒤 면접 아닌 면접을 본 뒤 2달 동안 알바 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
낮 12시까지 자던 내 일상은 이제 아침 9시까지 가산 디지털 단지로 출근하는 일상이 되었다.
나는 LH가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대회에서, 이러이러한 주제로 이렇게 분석해볼 수 있다는 일종의 샘플 커널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주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버스노선 제시하는 EDA, 그리고 화제 발생 사전 예측하는 Regression 이렇게 두 개였다.
그니까, 나는 대회 오픈 전에 내가 먼저 해보고, 이 과정과 플로우를 설명하는 일종의 얼리 유저였다.
2 달이라는 시간은 꽤 길었다.
나름의 결과를 내기 위해 도메인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원하는 시각화를 위해 직접 시각화 패키지도 만들어 github에 배포해봤다.
Regression 대회의 경우, 내가 사전에 모델을 돌려서 스코어 내보고 점수가 어느 정도 각이 나오는지 재봤다.
대회용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미리 전처리한다든가, 데이터를 조인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샘플링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에 겪는 경험과 피드백을 개발팀에게 전달하고 나중에는 LH 내 윗 분들에게 발표했다.
이후, 데이콘이나 캐글 같은데에서 대회용 데이터셋을 만드는데, 어떤 프로세스나 고민을 겪는지 대충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러는 동안, 목, 금에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독서실 마감 알바를 했다.
술 먹을 시간 줄이고, 그 시간에 남은 공부하기 위한 내가 강제로 나에게 채운 수갑 같은 거였다.
일하면서 배운 거 정리한다든가, 자소서를 쓴다거나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5. 본격 하반기 입사 지원
확실히, 저번보다는 훨씬 많이 썼다.
1순위는 분석 직군으로, 2순위는 백엔드 개발직군으로 지원했다.
다음과 같은 기업들을 썼고, 그냥 드라이하게 결과만 적는다.
- SK C&C Data analystic : 서류 탈락
- LG U+ 데이터 분석 : 서류 탈락
- NAVER : 코테 탈락
- 카카오 : 코테 탈락
- SSG 서버 개발 : 서류 탈락
- 삼성 전자 무선사업부 : 서류 탈락
- 나이스 평가정보 분석솔루션 개발 : 실무 면접(1차 면접) 탈락
- LG CNS IT 개발: 부트 캠프 탈락
이 외에 KT SW 개발, 마이다스 아이티 웹 개발 등 지원해서 어느 정도 합격했지만, 일정이 겹쳐 더 진행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최종 합격한 게 없다.
원래 보통 취준 후기 같은 건 최종적으로 붙고 나서 난 이러이러했다...고민과 역경 끝에 합격했다, 이런 글들이 많은데... 난 그런 건 없다.
그냥 존나 현실과 끝나지 않은 내 일상일 뿐인걸.
작년 하반기, 상반기에 비해 확실히 채용 인원이 엄청 줄어들긴 했다.
이건.. 채용 공고 포스터만 봐도 보인다. (000 -> 00) 으로 줄어든 게 많다.
난 왜 이런 시기에 태어나서 이렇게 고생할까 싶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사실 그럼에도 채용되는 사람들은 있기 때문에, 세상 탓할게 아니라 걍 나의 부족임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이 외에 다른 생각은 실질적으로 의미도 없고, 희망적이지도 않아서, 생각하기 싫다.
그냥 내가 잘 못하니까 채용이 안된 거다.
6. 이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CNS 발표가 저번 주 목요일에 났다.
사실 전혀 떨어질 거라고 생각 못했었기에, 현타가 크게 오긴 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이후에 뭘 할지 제대로 판 짜 놓은 건 없는 상황이다.
하나는 확실했다.
돈이 없다.
일단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신청을 했고, 그만둔다던 독서실 매니저님께 연락드려 다시 출근한다고 말씀드렸다.
뭘 할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내 생활은 이렇게나마 픽스해둘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나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일단 하고 있는 분석 대회랑 공부해보고 싶던 책 마저 공부하고...
12월부터 제대로 계획해보자..
7. 뒷담화
생각보다 많은 서류 탈락이 있었고, 면접까지 간 기회도 몇 번 있었는데, 이런 과정에서 내가 느낀 점을 뒷담화 마냥 얘기해보려 한다.
- 분석으로의 취업은 참 힘들다.
- 분석으로 쓴 모든 회사에서 서류에서 광탈로 떨어졌다.
- 정말 잘하는 사람 아니면 안 되나 보다. 주니어의 허들이 높은 듯싶다.
- 덕분에, 난 서탈 이후 분석을 취미로 두고,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마인드로 다른 면접에 임했다.
- 근데 그마저도 다 떨어지니... 이제 정말 개발을 공부할지, 분석을 공부할지 다시금 고민해보게 된다.
- 기억 남는 회사들
- 삼성 리서치는 이번에 티오가 아예 열리지도 않아서, 무선사업부에 지원했다.
저번에 최종까지 갔으니 당연히 서류 탈락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그런 거 없고 그냥 서류 광탈. - LG CNS 부트 캠프 통과율이 90% 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10%에 든 걸까..?
... 시험 문제는 코딩 테스트도 아니고 그냥 자바로 구현하는 문제라서 2시간 반 동안 타자 치고 온 느낌인데,
탈락이라니까 진짜 제대로 현타 왔다. - 나이스 평가정보, 여의도에 있는 금융권 기업이라 보수적인 기업인 거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8:3 면접에 실무진들 눈 앞에서 보니까 새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이력서를 보시곤, 왜 머신러닝에서 잘 안 쓰는 scikit-learn 쓰냐고 물어보시더라.
...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 삼성 리서치는 이번에 티오가 아예 열리지도 않아서, 무선사업부에 지원했다.
- 결과 확인 문자, 면접비
- 지원했는데 결과 확인 문자나 메일 안 보내주는 기업도 있었다.
- 심지어 면접 갔는데, 면접비 언급도 안 하는 기업도 있었다 ㅋㅋㅋ
- 이런 기업은 다신 지원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나 받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2020. 05. 09 에 쓰는 글]
안녕하세요.
이 글이 유독 카카오 인턴 관련해서 트래픽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카카오로의 인턴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로 종종 채용 프로세스는 어떤지, 코테가 어떤 느낌인지 여쭤보시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도 잘 모릅니다.
저도 그냥 일반적인 취업용 코테 준비하다가 한 번 보게 된 거뿐이라서, 딱 그 정도 지식입니다.
인턴 한 지도 조금 돼서, 저도 무엇이 출제되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인턴 관련한 문의 댓글은 따로 답변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취준 생활 어땠는지, 뭐 공부했는지는 틈틈이 포스팅하거나 댓글에 주로 적었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취업 시장도 많이 위축되었을 텐데...
그래도 이 글을 발견하신 분들은 뭔가 해보자고 맘먹으신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잘 되실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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